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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IN Collection/ 신홍규 컬렉션 특별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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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9-0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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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삼청나이트’

입력 2022-09-07 03:00업데이트 2022-09-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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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보다 중요한 건 프리즈 효과… 세계 갤러리 관계자들 대거 방한
삼청동 등에 국내외 관객 북적거려… K미술로 도약하는 계기 삼아야


 

송평인 논설위원

가을밤 서울 삼청동 화랑가에 하루는 전례 없는 활기가 돌았다. 2일 갤러리들이 야간 개장을 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파티까지 열렸다. 와인과 안주가 무료로 나왔다. 와인을 들고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갤러리 안팎을 오가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젊은이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갤러리현대에서는 야외 파티 준비하는 것까지 보고 왔는데 거기서도 파티가 열린 SNS 사진을 나중에 봤다. 전날에는 한남동 갤러리들이 한남나이트를 열었고 이날은 삼청나이트였다.

오래전 이탈리아 밀라노의 디자인 전시회 취재가 떠올랐다. 전시회에 맞춰 곳곳에서 밤 파티가 열렸다. 그때 간 한 파티에 소녀 모양의 와인따개로 유명한 알레시사(社)의 디자이너 필리프 스타르크가 왔다. 동반한 부인의 미니스커트가 너무 짧아 스타르크가 치마 뒤를 손바닥으로 계속 가리던 게 기억에 남아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디자인 관계자들은 셀럽 디자이너와 함께한 파티에서 세련된 디자인에 어울리는 멋진 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전시회를 잘 가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본 전시라고는 어느 로펌 대표가 보고 나서 추천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의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가 고작이다. 월북한 모더니스트 최재덕의 매력적인 그림을 거기서 처음 봤다. 그런데 오랜만에 나무갤러리에서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달 31일 ‘신홍규 컬렉션’ 전시 프리뷰가 있어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간다고 해놓았으나 몸이 좋지 않아 망설이다가 인사나 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관객이 북적거렸고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잠깐 머물렀을 뿐인데도 최정화 등 정상급 미술 작가들이 왔다 가는 게 눈에 띄었다. 갤러리 쪽 말로는 국제아트페어 프리즈(Frieze)에 맞춰 외국 미술 관계자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했고 그에 맞춰 국내 미술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프리즈는 스위스 아트바젤, 프랑스 피아크(Fiac)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다. 프리즈는 그림을 파는 장(場)이다. 일반인보다는 구매력 있는 VIP를 노골적으로 특별 대우한다. 프리즈가 들어와 국내 고객의 돈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고객도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살 권리가 있다. 또 한국에서 아트페어를 연다고 국내 고객만 오는 건 아니다.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의 고객도 찾아온다. 더 중요한 건 프리즈에 작품을 내놓은 세계 갤러리 관계자들이 1주일가량 머물다 간다는 사실이다.

삼청나이트에 갔다가 학고재에서 강요배 전시를 봤다. 정선의 ‘금강전도’를 연상시키는 ‘중향성(衆香城)’을 사진으로는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 봤다. 계속 보고 있고 싶었다. 그런 그림이면 사고 싶어지고 그래서 아트페어가 있는 모양이다. 외국의 미술 관계자들이 얼마나 많이 이런 그림들을 보고 갔는지 또 그림들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알지 못하겠으나 그들이 직접 보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나무 갤러리에는 가을밤에 잘 어울리는 테라스 식당이 있다. 그곳을 삼청나이트의 밤 크리스티 경매 관계자들이 통째로 예약해 식사를 했다. 그들도 삼청동 이곳저곳의 갤러리를 둘러봤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프리즈 효과’라고 부르고 싶다.

아시아에는 그동안 홍콩이 파인 아트(fine art)의 허브였다. 중국의 미술 작품이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리즈는 홍콩 대신 서울을 택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아트페어를 열었다. 중국의 강압정치로 홍콩의 매력은 떨어지는 데 반해 K영화 K팝 K드라마에 힘입어 한국의 매력은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고급문화의 영역에서도 클래식 음악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을 보여줬다. 이제 남은 건 파인 아트다.

프리즈는 일단 5년간 서울에서 아트페어를 연다. 이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할지는 국내 미술계의 능력에 달렸다. 미술계는 이번에 ‘아트 파인더’라는 안내센터까지 운영하며 노력했다. 안내센터에 놓인 이헌정의 의자 작품도 멋졌다. 삼청동에 한 달이 멀다 하고 새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멋진 거리를 채울 소프트웨어다. 삼청동의 소프트웨어는 미술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울린 삼청동은 아시아의 소호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